삼성, 경기도에 15조 투자..충남도 '긴장감'
삼성, 경기도에 15조 투자..충남도 '긴장감'
고덕산단에 반도체 라인 등 건설…일각선 책임론에 이전설까지
김갑수 기자2015.04.06 14:09:48

▲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의 고덕산업단지(고덕산단)에 15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충남도와 천안시, 아산시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고덕산단 전경. 삼성전자 제공)
천안과 아산에 입주해 있는 SDI,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삼성 계열사는 길게는 20여 년 간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자 활력소 역할을 해 왔는데, 이처럼 신규투자에서 밀리면서 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 2010년 전후부터 본격화 돼 왔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천안과 아산 소재 삼성 협력사의 이탈 등 2차 피해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된 경기도와 삼성전자의 고덕산단 15조 투자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고덕산단이 무언가 분명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경기도의 의지와 노력도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7월 31일 당시 수원 소재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에서 진행된 ‘고덕산단 분양계약 및 지원협약 체결식’(MOU)에서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런 말을 했다.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면 그 나라에서 길만 닦아주는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환영한다. (…) 우리나라 대표선수의 기를 더 살려줘야 한다. 내가 백 마디 욕을 먹더라도 젊은이들 일자리 하나를 더 얻는다면 해야 한다. 이게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삼성전자를 위해 ‘삼성로(路)’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안팎으로 비판을 많이 받은 것에 대한 반론 차원이었다.
김 지사는 현장에서 진행된 언론과의 일문일답에서 “삼성전자의 고덕산단 투자는 약 100조원 이상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며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세계 최대 최첨단 전자 단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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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경기도 등은 2014년 10월 6일 '고덕산단 조기 가동을 위한 투자 지원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김 지사의 호언장담은 곧 현실화됐다. 2년여 뒤인 2014년 10월 6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시, 경기도시공사와 함께 ‘고덕산단 조기 가동을 위한 투자·지원 협약식’을 가졌다. 남경필 지사가 김 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덕산단에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라인을 건설한다”며 “2017년까지 인프라 조성과 라인 1기, 1단계 투자에 15조 6000억 원을 집행하고, 남은 부지는 시황에 따라 추가 활용과 투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덕산단은 283만㎡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중 79만㎡를 먼저 활용해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고,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2015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며, 2017년 하반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경기도는 이를 통해 7만 200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이날 “(고덕산단은) 반도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조기 투자를 적극 지원해 준 정부와 경기도, 평택시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충남도-천안시 무엇을 했는지” 책임론…삼성전자 이전설에 ‘화들짝’
천안과 아산에 있는 삼성의 SDI, 디스플레이, 반도체가 고덕산단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지만, 충남도 예산(2015년 기준 5조 2289억 원)의 3년 치에 달하는 15조 6000억 원의 신규 투자가 타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은 얼마 전 고덕산단을 지나는 경부선 열차 안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삼성 확장에 (충남)도와 (천안)시는 무엇을 했는지…”라며 “당분간 열차로 지날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이다.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결정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이 “지도자들의 결정”을 언급한 것은 일종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2016년 20대 총선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 한 때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의 이전설이 나돌아 복기왕 아산시장이 이를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사진: 아산시 제공)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6일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천안과 아산의 디스플레이와 고덕산단의 반도체 투자는 별개”라며 “고덕산단에 투자한다고 해서 천안과 아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투자가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고덕산단 투자에 대해 충남도가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