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도시개발 조례, 시행사 봐주기"
"아산시 도시개발 조례, 시행사 봐주기"
입력 2023.02.05 14:06
기자명 박하늘 기자 ynwa21@daejonilbo.com
예정지 3분의 2 이상 사용권원 확보 시 나머지 청산 가능
상위법 격인 주택법에선 95% 이상 확보토록 해
타 환지방식 도시개발 사업에 없던 조항 모종샛들에만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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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아산시 모종샛들지구 도시개발사업 토지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아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토지감정평가사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
[아산] 아파트 시행사가 예정지의 3분의 2 이상의 사용권원만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들은 강제 청산할 수 있도록 한 아산시의 모종샛들지구 도시개발사업 조례를 두고 토지주들이 '시행사에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토지주들은 이 조례의 상위법인 주택법에서도 사용권원을 95% 이상 확보토록 한 것과 비교하면 과도한 봐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산시가 시행한 환지방식의 다른 도시개발 사업의 조례들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조항은 없었으며 모종샛들 사업에서 처음 삽입됐다.
모종샛들지구 토지주 A씨는 3일 대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단환지 시행사가 금액을 협상하던 중 개발지 3분의 2만 확보하면 강제 청산된다는 얘기를 흘리더라. 이 내용은 시행사 때문에 처음 알게 됐다. 이전에는 몰랐다"면서 "이 조항 때문에 시행사가 갑이 됐다. 자기들이 제시한 가격에 동의하라는 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모종샛들 지구 조례의 강제청산 조항을 빌미로 집단환지 아파트 시행사가 강압적인 태도로 협상하고 있다는 것. 집단환지는 토지 소유권을 도시개발구역 내 아파트 용지의 권리지분으로 돌려 받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지난 2021년 집단환지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 토지 감정평가액을 받은 후 아파트 시행사와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시 모종샛들지구 도시개발사업 조례 시행규칙' 제13조에서는 집단환지(아파트 용지)로 지정된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선 획지의 권리면적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와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사용동의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토지는 시장이 토지주의 의견을 들어 집단환지 지정신청을 제외하고 금전 청산할 수 있다.
A씨는 "강제 청산은 알박기하는 토지를 배제하려는 것인데 그런 의미라면 주택법처럼 면적의 95%를 매입토록 했어야 했다. 아산시의 조례는 굉장히 시행자의 편을 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산시 조례의 상위법 격인 주택법에서는 사업주체가 주택건설대지면적 95% 이상의 사용권을 확보해야만 토지주에게 대지를 시가로 매도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일보 취재결과 모종샛들지구의 '3분의 2 확보 시 토지 강제청산' 조항은 환지방식으로 추진됐던 배방월천지구, 온천지구, 신정호 지구 등 아산시의 다른 도시개발 사업의 조례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 지자체인 천안시 부성지구 사업에서도 없었다. 또 다른 집단환지 신청자 B씨는 "LH에 있는 친구가 아산시처럼 시행사가 유리한 조항은 처음 본다고 한다"며 "상위법 무시하고 이런 조항을 삽입한 것은 의도적인 것 아닌가. 잘 모르는 토지주는 시행사가 조례대로 강제 청산한다고 해버리면 누가 토지를 내놓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아산시는 토지주들의 재산보호를 위해 삽입한 조항이라고 해명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일부 토지주들은 빨리 청산하고 싶어하는데 일부 때문에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 삽입한 것"이라며 "시행사를 위한 조항은 아니다. 이 조항은 신청 때 이미 Q&A 형식으로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상위법에서 권원을 95% 확보한다고 하면 이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하늘 기자 ynwa21@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