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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올드타운'전락하나

재테크 거듭나기 2008. 8. 28. 10:47

신도시 '올드타운'전락하나
잇단 추진에 '난개발' 우려

 

동탄1 신도시 시범단지에 사는 이병성(36)씨는 출근을 서울 강남의 거래처로 하는 일이 많다. 이씨는 “서둘러 집을 나서도 거래처까지 차로 2시간은 걸린다”며 “버스전용차로는 잘 뚫리지만 기다리고 갈아타는 시간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시범단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사장은 “서울보다 전셋값이 싸서 신혼 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내려왔는데 출ㆍ퇴근이 너무 힘들다며 서울로 다시 이사하려는 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신도시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도시 지정권을 갖게 돼 신도시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지자체장이 선거때 신도시 공약을 남발하거나 지역 경기 활성화용으로 신도시를 추진하면 신도시 난개발이 가중될 것"이라며 "확실한 관리 장치를 마련하고 지자체의 도시 개발 능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미 있는 신도시도 문제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경부 축은 신도시들이 쏟아지면서 이미 난개발 상태”며 “자족 기능도 부족해 10여년 후에는 신도시가 공동화되고 노인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이 ‘올드타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포도송이 신도시=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형성된 신도시 밸트는 위례(송파)신도시에서부터 판교ㆍ분당ㆍ광교ㆍ동탄ㆍ평택고덕으로 이어진다. 위례신도시가 완공되는 2014년까지 40만채 이상이 들어선다. 정부는 ‘8ㆍ21부동산대책’에서 동탄 바로 밑에 있는 오산 세교지구를 신도시로 추가 개발한다고 밝혔다.

파주 교하ㆍ인천 검단 신도시가 잇따라 개발되는 서울 서북부도 마찬가지다.

고양시는 이 지역에 일산보다 더 큰 규모로 신도시를 하나 더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회사원 황서원(35ㆍ일산 백석동)씨는 “교하ㆍ고양 신도시까지 입주하면 강변북로는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며 “서울로 이사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떠나려는 사람을 잡아둘 만한 자족 기능도 부실하다. 신도시마다 상업ㆍ업무용지가 있지만 별로 인기가 없다. 판교는 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었지만, 올 6월 분양된 업무시설용지 2개 필지는 팔리지 않았다. 동탄1 신도시내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될 메타폴리스는 당초 예정했던 미디어센터를 일반 건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수도권 규제가 그대로 있는 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도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당ㆍ일산과 달라=신도시의 대명사인 분당ㆍ일산과 최근 개발되는 신도시는 다르다. 분당ㆍ일산은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60%이던 시절에 지어졌다. 절대적으로 집이 부족했고, 기존 도심에 비해 주택의 질도 확실히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0%를 넘는다. 재건축이 끝난 도심 아파트의 질은 신도시 아파트 이상이다.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이 비싸거나 작아도 서울로 회귀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이런 경험을 했다.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바신도시는 15만명을 목표로 건설됐지만, 실제 인구는 8만명 수준이다. 다마 신도시는 쾌적한 환경보다 짧은 출퇴근 시간을 선호하는 젊은 맞벌이 부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都)는 다마 신도시 개발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내년까지 1000억엔(1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다마 뉴타운은 1965년부터 30년간 상황 변화를 봐 가면서 건설돼 '환경 신도시'란 잇점은 살렸다. 몇 년 만에 신도시 하나를 뚝딱 세우는 우리는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신도시가 포도송이처럼 개발되면서 난개발 우려가 높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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