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할 테면 해봐라" 2년 더 살겠다며 버티는 세입자, 만기 전 명도소송 할 수 있을까
로톡뉴스 최회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2020년 10월 26일 18시 13분 작성
2020년 10월 26일 18시 23분 수정
변호사들의 조언 "소송은 차선책⋯우선 조정 절차 밟아보라"
만기일까지 집 안 비워줄 게 확실하다면, '3개월 전 명도소송' 가능
매매 계약 당시 "계약 만료되면 이사를 가겠다"고 약속했던 세입자. 그런데 태도가 돌변했다. 일방적으로 "2년을 더 살겠다"고 통보하더니 "소송할 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셔터스톡
A씨는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지난 7월 매매 계약서에 도장까지 '쾅' 찍었다. 이사 시점은 내년 2월. 아이들 학교 입학에 맞췄다.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와도 "내년 2월에는 이사를 가겠다"는 내용으로 사전 협의도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세입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처음엔 "한 달 정도 더 지내야겠다" 하더니 점점 늘어났다. 지금은 2년 더 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이다.
말이 다르지 않느냐고 말해봤지만 "소송을 해도 몇 달은 걸릴 텐데,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왔다. 계약 만료 6개월도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라 '계약갱신권 청구'에도 해당하지 않고, 도의적으로 세입자에게 미리 양해까지 구했던 사항인데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사리 마련한 내 집에 들어가는 것도 불투명해진 상황. 이에 A씨는 만기가 아직 안 됐지만, 미리 명도소송을 집행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소송은 차선책⋯먼저 주택임대차분쟁위원회에 조정 신청해 보라
A씨의 경우처럼 임대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요즘 주택이나 상가 임대차와 관련해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공적인 기관에 의한 조정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워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서울과 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7곳에 설치돼 있다. 조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보통 60일, 최대 90일까지 걸린다.
법률사무소 퍼플 이정은 변호사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찾아가 보라"고 권유했다. 더불어 "A씨가 매매 계약할 때 세입자가 '내년 2월에 집을 비워주겠다'고 한 부분이나, 이후에 번복한 부분에 대해 문자나 녹음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 절차를 밟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송은 차선책이라고 했다.
세입자가 이사 안 갈 의사가 확실하고, 그 증거가 있다면 미리 명도소송 가능
하지만, 결국 소송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계약 만료 전 명도소송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정은 변호사는 "아직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고, 세입자의 명도 이행거절 의사(이사를 가지 않겠다)가 서면 등으로 남아있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당장 제가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상대방이 이행 거절을 할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미리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세입자가 "이사를 가지 않고 계속 살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한 증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취지다. 반대로 말하면, 이같은 증거가 있다면 미리 명도소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송천의 오현석 변호사는 "현재 세입자가 '계약 만료일에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남긴 메시지 등이 있다면, 미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도 "임대차계약의 해지사유가 명백함에도 임차인이 만기일에 집을 내주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임차인을 상대로 한 명도소송 절차의 진행은 3개월 정도 이전에 접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명도소송이 수개월이 소요되며, 계약해지사유의 판단 시점은 소장 접수 시점이 아니라 명도소송의 변론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주 변호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