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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영향은…고가주택 많은 강남 웃고 수도권·지방은 울상

재테크 거듭나기 2008. 9. 2. 09:31

[2008 세제개편]

주택시장 영향은…고가주택 많은 강남 웃고 수도권·지방은 울상

정부가 1일 내놓은 세제 개편안 가운데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증여.상속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방안은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등 지역.상품별로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이른바 '거래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가운데 '거주요건' 강화 조치다. 전문가들조차 예상 밖의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3년 보유 요건에다 서울.과천과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만 2년 거주요건이 추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1주택자가 양도세를 물지 않으려면 3년 보유 요건에다 수도권은 3년(일부지역 제외),지방권은 2년씩 거주 요건까지 갖춰야 한다. 1주택자라도 자기 집에서 2~3년 이상 살아야 세금을 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조치는 특히 기존주택은 물론 신규분양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서울 등 대도시권 출퇴근자들이 외곽지역에 집 장만하기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외곽지역에 집을 사두고 역세권 등에서 전세를 살다가 자금을 모아 도심권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징검다리 식' 내집마련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이나 파주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의 경우 지금은 3년간 보유만 하면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주요건(3년)을 맞추지 못할 경우 향후 집을 팔 때 차익이 1억원이라면 고가주택이 아니더라도 1000만원(개정 세제 적용 시) 안팎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에 거주 요건이 새로 추가될 인천 송도.청라지구,성남 구시가지,용인,수원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수요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그동안 집을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를 물지 않았던 2기 신도시 등 외곽지역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직접 거주하기 불편한 도심권의 노후 주택 역시 수요가 줄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대한 매수세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적인 거래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양도세율 인하,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고가주택 기준 상향,종부세 세부담 상한선 하향 및 과표적용률 동결 등에 따른 세금인하 혜택을 받기 위해 집 주인들이 매도시기를 법령 개정 이후로 늦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지금도 거래가 위축돼 있는 데다 세 부담 완화 혜택을 보기 위해 매도를 늦추는 사람들이 늘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매물 공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강남권에서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지 못했던 일부는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주택 기준 조정 등 이번 세제 개편 수혜 대상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만 해도 이번에 혜택을 보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 19만6473가구(매도호가 평균 기준) 중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개구에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9만1579가구가 몰려있다. 반면 서울 강북구는 혜택을 보는 물량이 26가구,은평구는 442가구에 불과한 상태다.

상속.증여세율 인하 역시 주택거래를 되레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들이 차익의 50%를 넘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증여나 상속을 통해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집을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세금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수요진작책이 따라붙지 않는 한 주택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세 부담 완화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강남권의 경우도 법 개정으로 매물이 다소 늘기는 하겠지만 다주택자들의 경우 증여.상속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만큼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