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이전 앞두고 시세 예상치 밑돌아…분양가인하 목소리 못내
(아산=연합뉴스) 정태진 기자 = 충남 아산 탕정지구 삼성 사원아파트 트라펠리스 입주자들이 소유권 이전을 앞두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파트 시세가 애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으나 사측으로부터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분양가 인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트라펠리스 입주자와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7년부터 삼성탕정사업장내 전자와 SDI 등의 계열기업 사원을 위한 아파트 3천953가구를 3차에 걸쳐 공급했다.
이 가운데 입주 5년을 맞은 1차 공급분 2천225가구에 대해 명의를 입주자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분양대금 가운데 잔금 20%를 오는 5월말까지 완납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분양 7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재산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란 당시 회사 측 전망과는 너무 달랐다. 아산신도시 개발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된 것 등이 원인이다.
소유권 이전을 앞둔 A 씨는 "당시 분양가(3.3㎡당 700만원대)가 인근 아파트보다 비쌌지만 아산신도시가 개발되면 이보다 훨씬 재산가치가 높아질 거라는 말을 믿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145㎡형(44평)에 사는 B 씨는 당시 천안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한 1억2천만원에 대출금을 합쳐 지금까지 2억4천만원을 낸데이어 소유권을 넘겨받으려면 6천만원 가량을 더 내야 하나 부동산중개업소가 명시한 현 시세는 3억2천만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오른 셈인 2천만원은 대출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꼴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입주자들은 자칫 사측으로부터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을 염려해 분양가 인하 요구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또 다른 입주자 B 씨는 "요즘 아내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분양 당시 아내가 반대하는 사원아파트 청약을 했는데 이 모양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라펠리스 분양 당시에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건설 경기 악화로 아산신도시 2단계 개발사업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