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글 / 정용철
나를 흐르게 하소서. 시작은 작고 약하지만 흐를수록 강하고 넓어져
언젠가 바다에 이를 때 그 깊이와 넓이에 놀라지 않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어느 때는 천천히 어느 때는 빠르게, 어느 때는
바위에 부딪히고 어느 때는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해도 변화와 새로움에
늘 설레이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강가의 땅을 비옥하게 하여 그곳의 식물들이
철을 따라 아름답게 꽃 피우고 좋은 과일을 풍성히 맺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늘 내 가슴이 출렁이게 하시고 그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 비와 이슬로 내릴 때 사람들의 마음이 촉촉해지도록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내 등에 나룻배를 띄워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끊임없이 서로 오가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도 내 안이 썩지 않게
하시고, 나아가 늘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지나온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날은
새 길의 기쁨으로 걷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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